저는 참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.
입에 담기도 힘든, 지금도 생각하면 눈물만 나는 어린 시절이었습니다.
따뜻한 보호자의 손길이 필요했지만 제게는 저를 보호하고 안아줄 어떤 어른도 없었습니다. 그런 결핍 때문에 어른이 된 지금도 세상에는 존재하지만 나에게는 없는 것과 다름없는 부모님 대신 저도 모르게 항상 마음을 의지할 누군가를 그리고는 했던 것 같습니다.
때론 그 보호자가 남자친구가 되어 줬으면 했었고, 친구, 동생에게도 바라고 있었지만 마음 한 켠으로 항상 상대방이 부담스럽진 않을까? 나를 짐처럼 느끼면 어떡하지? 내가 싫어지면 어떡하지? 하는 걱정과 관계에 대한 불안함을 느끼고는 했습니다.
그 불안함 때문인지 악몽을 정말 자주 꿨습니다.
한 번 꿈을 꾸다 깨면 심장이 두근거려 잠을 더 못이루고 괴로운 나날들을 보낸 적이 많습니다.
​
그래서 5년 전 쯤 저는 처음으로 상담을 시작했습니다.
상담을 시작하면서 온전히 제 편이 생겼다는 그 든든함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. 하지만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상담을 시작하고 끝내기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.
그 와중에 유방암이라는 큰 수술도 했습니다. 혼자서 그 수술과 치료들을 견뎌내는 것은 저에게 너무 큰 시련이었습니다.
​
어느 날 우연히 동대문구 1인가구지원센터에서 상담 멘토링 프로그램 참여자 모집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.
‘상담사 선생님’이라는 단어보다, 정서지원, 관계형성 들을 위한 ‘멘토’라는 단어가 제게 더 따뜻하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.
이런 프로그램은 희망자들이 많을 것 같아, 간절한 마음으로 멘티 참여 신청서를 작성해냈습니다. 감사하게도 멘티로 선정이 되어 저는 상담을 다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.
삶에서 어렵거나 힘든 문제가 생겼을 때 의논할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위안과 안심이 되는지 모릅니다.
​
상담은 제가 자주 느끼는 관계에 대한 불안을 주제로 이루어질 때가 많았습니다. 멘토님은 가장 안심할 수 있는 멘토님과의 관계에서부터 연습을 해보자고 하셨습니다.
1인 가구는 스스로가 가장이기 때문에 사회생활이 필수입니다. 그러다보면 이리채이고 저리채이고 마음에 생채기가 날 때가 많았습니다.
저는 그 상처 받은 마음을 누군가에게 말할 수도 없었습니다.
혹시 내가 안 좋게 보일까? 불평만 하는 사람 같아보일까? 부정적인 사람으로 보이진 않을까? 걱정되었기 때문입니다.
때론 별것도 아닌 일로 힘들어하는 제 자신에게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습니다. 고작 이런 일로 힘들어해? 스스로 비난하기 일쑤였고, 마음이 참 좋지 않았을 때조차 그 감정을 느끼는 저에 대한 죄책감 비슷한 것도 느낀 적이 있었습니다.
​
하지만 지난 몇 달간은 멘토님이 있었기 때문에, 최대한 길어도 일주일만 기다리면 멘토님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, 불안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진정시킬 수 있었습니다.
어떤 일이 있을 때 자괴감으로 제 자신을 괴롭히고 스스로를 좀먹기 전에, 이 이야기는 한 번 멘토님한테 물어볼까?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.
일주일간 살면서 마음이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그걸 주체할 수 없을 때 상처 받은 마음을 상자 안에 넣어두고 꽁꽁 닫아뒀습니다.
그리고 멘토님을 만날 때 그 상자를 열었습니다.
며칠이 지나 멘토님을 만나 그 상자를 열었을 때 생각보다 별일이 아니라 멘토님과 함께 웃고 지나갈 때도 있었고, 또 어떤 날은 멘토님과 함께 속상해했습니다.
제가 마음이 얼마나 힘들었겠냐며 위로해줄 때에는 눈물이 펑펑 났습니다.
평소 같으면 눈이 부을까봐 눈물을 참았었는데, 소리내어 엉엉 울면 마음이 얼마나 후련해졌는지 모릅니다.
​
어떤 날은 멘토님 본인이라도 충분히 속상했을 거라며 말로 하기 힘들면 글이라도 욕을 시원하게 해보라고 했습니다. 어쩐지 보이지 않는 상대에게도 욕을 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글로는 쉬웠습니다.
그래서 한번 제 마음을 힘들게 하는 사람에게 시원하게 욕을 해보기도 했습니다. 마음이 한결 나아지고, 또 매일 보는 그 사람에게 속으로 미안한 마음까지 들며, 미웠던 마음이 풀려서 마음이 조금 편해지기도 했습니다.
​
또 멘토링 중에 해주신 말씀 중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씀이 있습니다. 바로 ‘향유’와 ‘음미’라는 단어입니다.
늘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에만 상황과 마음을 곱씹었었는데, 어느 날 문득 기분이 좋은 날 왜 내 기분이 좋지? 라는 의문을 갖고 제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본 순간이 있었습니다.
그 날 그 마음과 감정을 멘토님께 말씀드리니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.
오늘 제가 즐거운 감정을 곱씹었던 것이 오래도록 그 좋은 감정을 향유하고 음미하는 방법이라고요.
​
저는 멘토님과 상담을 할 때마다 노트에 해주신 말씀들을 수업을 듣듯 한 노트에 필기하고는 했습니다. 나중에 그걸 읽어보며 비슷한 상황이 올 때마다 어찌할지 몰라 불안했던 마음을 갖는 것이 아니라 그걸 대처하는 방법을 스스로 훈련하고 싶어서요.
참고로 그 노트의 제목은 ‘행복해지는 방법’입니다.
멘토님과의 상담 시간은 저의 ‘행복해지는 방법’을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.
​
이제 모든 멘토링 프로그램이 끝났습니다. 15회라는 어찌 보면 길었던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갔습니다.
그동안 저에게 든든한 삶의 멘토가 되어주시고, 제가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게, 단단히 두 발로 혼자 설 수 있게 도와주신 멘토님, 그리고 제게 이런 좋은 기회를 주신 동대문구 1인가구지원센터 담당자님 너무 감사합니다.
저는 여전히 혼자로 계속 살아가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.
하지만 멘토님이 제게 해주신 말씀이 있습니다.
마음의 상자 안에 힘든 마음을 넣어 놓고 저와 만날때까지 기다릴수 있는 것도 멘티님의 힘이에요.
이제는 다룰 수 있게 된거죠.
혼자서도 그걸 다루는 힘이 생긴 거에요.
저는 그렇게 생각해요.
이지혜 멘토님, 저도 그 말 믿어보려고 합니다.
그 힘을 키워볼게요. 믿어주신대로 성장해보겠습니다.
그동안 너무 감사합니다.